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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식물원에 장미원이 있습니다. 지금은 가을 장미의 계절입니다. 그중에 유난히 화사한 진분홍 장미가 있습니다. 저는 그 장미를 제 마음대로 ‘엄마의 장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엄마가 무척 좋아하던 색이었습니다. 이런 색의 립스틱을 바르시고, 이런 색의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입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치마도 그랬습니다. 마당에도 이 색의 장미가 심겨 있었습니다. 저는 이 색을 화려하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멀리해 왔습니다.

지금은 이 색을 보면 엄마가 웃던 모습이 떠올라, “아, 엄마의 색이네” 하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무척 그리워집니다. 작년 이맘때 엄마는 편찮아지셔서 입원하셨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건강하실 때 이곳에 모시고 와서 이 장미를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 화사한 색이 순식간에 후회의 색이 되어, 저도 모르게 시선을 떨구게 됩니다.

장미야, 미안해요. 지금 저는 저의 기억, 멀리했던 마음, 엄마에 대한 그리움, 후회를 너에게 몇 겹으로나 덧칠하고 있어요. 그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벗겨져 가고, 네가 본래의 아름다움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도록 제가 기억을 정화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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