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길을 잃게 된다

우리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인생의 커다란 사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의 사소한 선택 속에도 찾아옵니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됩니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자연스러워 보이던 것이 갑자기 불분명해집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흐름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이런 체험,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에 포도를 살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슈퍼마켓에서 늘 그렇듯 포도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아, 오늘은 이거. 정말 달아 보이네.”

“오늘은 청포도네. 그중에서도 제일 달아 보여.”

“다음은 적포도. 이게 제일 달아 보이는걸.”

평소에는 그렇게, 그 순간 제가 보고 만지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골라 갑니다.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생각이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청포도가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그것을 집으려던 참에,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아니야, 오늘은 적포도가 더 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게 생각하고는, 적포도를 샀습니다.

저의 경우, 머리가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저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 거기서 막혀 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먹은 적포도는, 안타깝게도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며칠 뒤 다시 슈퍼마켓에 갔을 때, 저는 정화를 하고, 청포도에게 사과했습니다.

“사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적포도에게도 사과했습니다.

“그날, 당신을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억지로 데려가서 미안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 다시 포도를 사러 갔습니다. 그때는 그저 그 빛남을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문득, 적포도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포도를 집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적포도 샀을 때 형편없었잖아?”

그래도 저는 말했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그 말을 듣지 않겠습니다. 지난번에 어땠든, 오늘 제가 고르는 것은 이 적포도입니다.”

그리고 그 적포도는 정말로 달았습니다.

생각은 언제나 우리를 가로막습니다. 우리는 한순간에, 길을 잃은 듯한 상태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것은 사소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포도가 달콤한지 아닌지가 인생에서 그리 중요한 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체험한 것은, 달콤한 포도를 고르는 방법이 아닙니다.

본래 우리에게 언제나 주어져 있는 흐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선택.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생각에 의해 얼마나 가로막히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일상의 아무리 사소한 일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의 장보기.

매일의 옷 고르기.

누구에게 언제 전화할 것인지.

어떤 책을 집어 들 것인지.

어떤 방송을 볼 것인지.

그런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도, 우리는 기억을 지우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기회를 받고 있습니다.

포도 한 알 한 알에도,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방송 하나하나에도, 저마다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그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가 저 자신을 정화할 때, 생명의 빛과 본래의 흐름, 그리고 제게 주어진 리듬이 조금씩 되살아납니다.


온라인 강연회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렸을 때

2026년 7월 26일 · 오전 10시–오후 1시 (한국 시간)

강연자: KR (Kamaile Rafaelovich)

영어 강연 (한국어 통역 제공) · 온라인 (Zoom)

수강료: 1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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